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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수세미·고추·참깨 말리며 땀의 가치에 대해

by 실비단안개 2016.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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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 ~ 9일

8월 7일 수확한 수세미를 썰어 말리는 중입니다. 수세미가 가뭄으로 지난해 수확량의 반에도 미치지 못 하지만 해가 워낙 좋다보니 말리기는 좋습니다. 수세미는 꽃이 예쁘기에 꽃을 보고 덩굴식물이기에 여름에 시원하게 느껴지며 호흡기 질환에 좋다고 하여 해마다 심고 있습니다.

수세미는 식이섬유와 사포닌, 12종 비타민, 미네랄, 칼슘, 인, 철, 칼륨 등 과 프로폴리스에 들어있는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 쿠마르산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자연에서 만들어진 천연항생제라고 합니다.

수세미에 풍부한 항산화 물질 쿠마르산은 프로폴리스의 주요 물질 중의 하나로 수세미는 오래 전부터 코나 목 등 만성기관지염 등의 예방을 위해 많이 사용해왔기 때문에 여름철에 잘 맞는 건강식품입니다. 

수세미를 한방에서는 사과(絲瓜)·천락과(天絡瓜)·만과(蠻瓜)라 부르며, 호흡기 질환에 좋다고 합니다.

수세미가 열을 내리고 기침을 삭히며, 수세미를 달여 마시거나 가루 또는 즙으로 매일 챙겨 먹으면 목과 코에 좋다는 기록이 동의보감에 있다고 합니다.

공산품수세미가 나오지 않았을 때엔 말 그대로 수세미로 사용했는데 요즘 다시 천연수세미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수세미 수확은 결실 후 서리가 내릴 때까지 가능한데, 어린 수세미는 전을 굽거나 나물을 할 수 있으며 수액은 화장수로 이용됩니다. 또 효소로 담그며 말려 차로 이용합니다.



해가 좋기에 수세미는 굳이 건조기에 넣어 건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건조가 빠른 편입니다.



8월 5일에 이어 7일날 고추를 또 수확했습니다. 수확한 고추는 깨끗이 세척하여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널어 물기를 말립니다.



서너시간 말려 물기가 가시면 그늘에 널어 고추꼭지를 땁니다.

엄마가 입원하기 전까지는 고추꼭지를 따거나 햇빛에서 그늘로 옮겨 말리는 건 부모님 몫이었습니다. 꼭 부모님 몫은 아니지만 친정에서 고추를 건조하다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는데 이제 우리가 해야 합니다. 다행히 얼라아부지가 고추꼭지를 다 따주었으며, 그늘로 옮기는 일도 얼라아부지가 했습니다. 햇빛에 계속 말릴경우 고추나 흐물흐물하여 상품가치를 잃기 때문에 그늘에서 말리는데, 후숙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늘에서 하루 말린 고추는 고추 건조기에 넣습니다. 그늘에서 장시간 말리면 역시 고추의 색이 제 색깔이 나지 않아 상품가치가 떨어지기에 건조기에 만 하루 건조하여 다시 꺼내어 햇볕에 말립니다.




8월 5일 3차 수확한 고추는 건조기에서 꺼내어 햇빛에 하루 말린 후 부직포를 씌워 다시 하루 더 말립니다. 부직포를 씌우면 희나리를 예방하며 고추의 색이 곱다고 합니다. 끄트머리 적은양의 고추는 1차 수확한 고추인데 다시 한 번 햇볕에 말려 3차 수확고추와 섞을 겁니다. 부직포를 씌우지 않은 고추는 건조기에서 꺼낸 3.5차 수확 고추로 햇볕에 하루 말려 부직포를 씌울 겁니다.

이날(9일)오후 3차 수확 고추와 1차 수확한 고추를 섞어 10근씩 비닐봉투에 담았습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다보니 아침잠이 많은 얼라아부지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친정으로 가서 문을 열어두고 고추를 확인하는 일을 했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에 역시 친정으로 가서 문을 닫고 고추를 확인 한 후 돌아 왔습니다.



친정에서 재배한 참깨입니다. 8일 오전에 아버지께서 잠시 시간을 내어 오셔서 참깨 수확을 했습니다. 그리곤 저녁에 다시 병원으로 가셨는데 참깨잎을 떼고 단으로 만들어 말리라고 했습니다. 처음입니다. 부모님과 얼라아부지는 저를 원더우먼 쯤으로 생각하는지 뭐든 말만 하면 되는 줄 압니다. 저 역시 착한 딸 아내 콤플렉스인지 언제나 "네"합니다.

8일 오후에 참깨잎을 일부 떼다가 집으로 왔으며 9일 텃밭에 들린 후 친정으로 가 참깨잎을 마져 떼고 단으로 만들었습니다. 케이블 타이는 아버지께서 꺼내 주었는데, 옛날 같았음 짚으로 묶었을 겁니다. 많이 더웠습니다. 지독하게 더웠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데 햇빛 아래에서 깻잎을 떼고 깻단을 묶었으니 얼마나 더웠겠습니까.


저는 노동의 가치는 땀 흘리는 양과 비례한다고 늘 생각합니다.

화이트 칼라, 블루 칼라를 누가 갈라 놓았는지 모르지만 저는 화이트 칼라보다는 블루 칼라를 진정한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작은 텃밭농사를 하지만 땀을 많이 흘립니다. 땀 뿐 아니라 해가 오래나면 오래 나서 걱정, 비가 많이 와도 걱정, 병충해와 잡초 걱정 등 걱정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얼라아부지는 제가 천하태평처럼 카메라질만 더 많이 하는 줄 압니다. 물론 텃밭을 가꾸는 일은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올 여름은 워낙 더워 땀을 많이 흘리다보니, 농사 지을 가치가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연일 폭염이다보니 얼라아부지는'고향의 봄'이 아니라 '고역의 봄'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우리가 먹을거리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게 어디요하며 달랬는데, 워낙 덥다보니 텃밭일이 땀 흘릴 가치가 있을까 하며 생각하게 됩니다.


국산 참깨 한 되에 3만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께서 수확한 참깨를 털면 잘 하면 두어되 나올 수 있는데, 이 더위에 국산참깨 6만원어치 먹자고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싶대요. 차라리 식당가서 알바하고 그 임금 받아 국산 참깨 사 먹는게 나을 듯 합니다. 물론 시중의 국산 참깨를 다~ 믿지는 않지만요.

그래 우리는 땅을 지키며 국산 고추와 국산 참깨를 먹기 위해서 땀을 흘리지.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 한 일이야.

그러나 우리와 달리 대량으로 농사를 짓는 이들은 값마져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접하니 마음이 편치않습니다. 유통 구조가 문제이긴 하지만 이 가뭄에 상추 좀 비싸게 먹으면 어떻습니까.


마을의 횟집을 새로 짓고 있는데 이 더위에 2층을 올리느라 철재난간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에 얼마를 벌까? 에어컨 빵빵한 사무실의 노동자보다는 임금이 아무래도 적겠지요. 노동 현장이라는 게 사무실처럼 월급이 제 때 나오지 않는지 명절때면 밀린임금 기사가 며칠씩 나오기도 합니다. 돈(임금, 땀 흘린 값)을 더 달라는 게 아닙니다. 땀 흘린만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8월 13일, 고추밭에 물을 두번째 주었습니다. 3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지독한 더위로 고추가 병이 들기도 했습니다. 진딧물을 물로 씻어내다보니 물 주는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쓰러지기 직전이었으며 새벽같이 밭에 가 정오쯤에 일을 마쳤는데 집에 밥이 없어 배달음식을 먹었습니다. 종자와 모종값, 거름값, 기타자재값에 일이 많은 날에는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다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만, 그래도 텃밭일을 하는 건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신선한 채소를 마음놓고 먹을 수 있으며 신성한 노동이라는 일념으로 오늘도 텃밭으로 갑니다.



참깨잎을 따면서 땀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는데 꼬투리가 벌어진 참깨가 많았습니다. 귀엽습니다. 이 맛에 또 손을 놀립니다.



삐뚤빼뚤하지만 참깨단을 만들어 해가 잘 드는 창 아래에 세워두었습니다.

엄마의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이 부분은 늘 생각합니다. 우리가 참깨를 한 두되 받아 먹을 때 많은 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부모님은 저희 삼남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기 위하여 얼마나 많이 걸음을 했으며 땀을 흘렸겠습니까.



지독한 더위지만 해가 좋다보니 수세미, 고추, 참깨가 잘 마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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