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 비
새벽 3시 20분에 일어났습니다. 빗소리에 문을 여니 정말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오늘 내리지. 얼라아부지와 남해로 벌초를 가야 하는데 비가 내리기에 그토록 기다린 비였는데 반가움이 반감되었습니다.
주섬주섬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세수를 했음에도 눈은 계속 감겼습니다. 도로엔 차가 어쩌다 스쳤습니다.
우리는 남해에 갈 때 마창대교를 지나 새국도 2호선을 타고 진주까지 가는데, 문산쯤일 겁니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얼라아부지에게 속도 좀 줄이시오 하고 눈을 또 감았다가 떴는데 맞은편에서 차가 우리곁을 휙 지났습니다. 뭐지 역주행이네. 역주행 맞제, 우짤라꼬 저라노. 우리는 마침 2차선으로 접어들었는데 그 순간 1차선으로 역주행 차량이 지나갔습니다. 잠이 확 달아다더군요. 그런데 어디다 신고를 하지. 불이 나면 119인데 차량 역주행은 어디다 신고를 하지. 생각할수록 아찔했던 순간이었으며 그 이후로 얼라아부지는 2차선으만 갔습니다. 이후 역주행을 검색했지만 교통사고 소식은 없었기에 안심을 했습니다.
남해집에 도착했습니다. 낚시를 갈 땐 비옷을 가장 먼저 챙기면서 벌초를 가면서 비가 내리는 데도 비옷을 챙기지 않았기에 남해대교입구의 편의점에서 비닐비옷을 두 개 샀습니다. 비는 마당의 잡풀위로 여전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사람사는 집에는 사람의 온기가 있어야 하는데 벌써 몇 년째 비워둔 집이다보니 남해에 갈 때마다 마당의 잡풀을 뽑고 베어야 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입니다. 얼라아부지가 발이 아팠기에 이웃에 벌초를 부탁했는데 벌초를 하지 않았기에 아버지 어머니 산소 벌초후 얼라아부지가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산소는 공동묘지며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는 옛날 어머니께서 가꾸던 밭 옆인데 잡초가 있는데로 자랐습니다.
산소로 가는 길부터 잡초를 벴으며 산소주변도 예초기를 돌렸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산소를 벌초할 때도 앞과 옆의 산소 잡초를 벴고요.
봄에 벌초를 한 번 했더라면 힘이 덜 들텐데 둘이서 텃밭에 미쳤다보니 봄에 남해에 가지 못 했기에 봄부터 자란 잡초는 어른의 키를 넘었으며 주변의 나무도 많이 자랐기에 어느 정도 베었습니다.
오후 1시 30분 아침도 못 먹고 점심도 건넜습니다. 우리는 남해읍내의 재래시장으로 갔습니다. 봉정식당 가서 밥 먹을래 하기에, 내 블로그 댓글에 봉정식당 반찬 적더라는 이야기를 했더니 그럼 지족 우리식당 갑시다 하기에 그러자고 하곤 장을 봤습니다.
남해는 모든 게 섬처럼 맑을 듯 하기에 추석 자반을 장만했습니다. 자연산돔과 서대, 문어, 낭태를 구입했는데, 모두 다른 집에서 구입했습니다. 물이 좋은 놈으로 하다보니 모두 달랐는데, 서대를 구입한 곳에서 할머니께서 스티로폼박스에 얼음을 채워 담아주었기에 다른 해산물도 함께 담았습니다.
남해읍내서 창선으로 가느냐 남해대교쪽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그럼 멸치쌈밥말고 진주에서 먹은 가마솥곰탕 먹읍시다하니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아울렛이 생겼으며 옛날에 맛있게 몇 번 먹었던 가마솥 곰탕집을 없어졌습니다. 우리는 내비를 켜 다시 새국도 2호선을 탔습니다.
진북인가 부터 차가 밀렸습니다. 밀리다 겨우 가다를 반복하는데 '반달집'안내판이 보이더군요. 반달집으로 갑시다, 석쇠갈비구이와 돼지국밥 하네.
흐 ~ 그런데 그 집도 없어졌습니다. 천상 태봉병원옆의 유가네 뽕잎칼국수를 먹어야 겠다.
만두 1인분과 칼국수 2인분을 주문했는데 평소에는 칼국수를 반 정도 남겼는데 종일 둘이서 굶었다보니 칼국수를 조금만 남길 정도로 달게 잘 먹었습니다.
이제 가포터널쪽으로 가야 하는데, 2km정도 나아가는데 30여분씩 걸렸지만 우리는 다른 차들마냥 다른 차선에서 끼어들기를 하지 않고 인내해야 했습니다. 한 말이 있거든요. "저렇게 살고 싶을까."
집 떠난지 16시간만에 집에 도착했는데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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