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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열기낚시 동행기 / 매물도 앞바다, 반죽음

by 실비단안개 2017.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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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

열기낚시를 다녀왔습니다. 꼭 한 번은 동행하고 싶었으며 직접 낚시도 하고 싶었습니다.

얼라아부지는 낚싯대를 한 개 더 채비를 하고 구명조끼도 꺼내어 주었습니다. 신분증도 챙기고요.

출조시간이 오후 2시였기에 늦은 아침을 먹고 컴퓨터에 접속하니 일찍 나가서 주변 풍경 찍을래 하기에 그러자며 오전 11시쯤에 집을 나섰습니다.

낚시점은 수치에 있습니다. 하여 수치를 거쳐 합포(합계)마을 구경을 한 후 시간을 맞추어 낚시점으로 갔습니다. 꾼들이 속속 모였습니다.

수치포구입니다.



우리가 타고 갈 반도낚시 뉴블루스카이입니다. 블루스카이호는 오래전에 타 봤던 배인데 지금은 선주가 바뀌었습니다.

밤낚시를 위해 집어등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열기낚시는 보통 새벽에 떠나는데, 밤낚시때 올라오는 열기가 씨알이 굵다며 밤낚시를 위해 오후 2시에 출발했습니다.



새벽에 비가 내렸으며 날씨는 내내 흐렸습니다. 시루봉과 해양공원, 솔라타워가 멀어지며 뉴블루스카이는 진해만을 빠져 나갑니다.



저도와 장목을 잇는 거가대교 주탑아래로 블루스카이가 나가 거제 앞바다로 접어 들었습니다.



가덕도 등대가 멀리 보입니다.



진해만을 벗어난 블루스카이는 거제앞바다를 지나 통영 매물도 앞바다에 닿았습니다. 소매물도를 다녀온지 10년이 되었으며, 그때도 수치에서 낚싯배를 타고 갯바위마다 꾼들을 내린 후 저는 소매물도 등대섬에 하선하여 한동안 혼자 재밌게 놀았습니다.

선실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셨으며 꾼들은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웠습니다. 그때 속이 울렁거리기에 얼라아부지에게 이야기를 하니 바다에 토하라고 했습니다. "첫 입갑(미끼)이네"하면서요. 그때부터 고난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10년전 소매물도에 갈 때는 배를 2시간 45분 탔음에도 괜찮았는데 이번엔 2시간 배를 탔는데 멀미가 시작되었습니다. 낚시를 위해 배는 제 자리에서 맴돌았으며 시동은 계속 걸려 있었고, 파고는 1~3m였습니다. 큰배가 파도에 울렁거리다보니 멀미가 난 모양입니다. 아니면 10년동안 몸이 약해졌거나.



입을 헹군후 선실의 창으로 밖을 보며 찍었습니다. 너무 울렁거려 밖으로 나갈 힘이 없었습니다. 자고 일어나기를 반복했습니다.

통영은 41개의 유인도와 110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경상남도의 대표적 도서 지역인데 아래는 '등여'입니다.

바다라고 늘 푸른 게 아님을 알수 있는 검푸른 바다입니다. 김민기의 노래 친구 가사에 검푸른 바다가 나오지요. 깊은 바다속에 잠기지 않더라도 무엇이 산 것인지 죽은 것인지 분간이 어려운 바다색입니다만, 이 바다속의 수많은 생명중 하나인 겨울 바다의 꽃 열기가 낚여질겁니다.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요
그 깊은 바다 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열기는 갯바위가 아닌 수심이 깊은 곳에 배를 띄워 선상에서 하는 낚시입니다. 열기미끼는 크릴새우나 가짜미끼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얼라아부지는 오징어를 미끼로 사용합니다. 열기는 바다속의 암초 주변에 모여 서식하기에 낚시를 한 번 던지면 한 번에 몇 마리씩 올라옵니다. 선체난간에는 릴을 고정시킬 수 있도록 장치를 해 두었습니다.




가짜미끼가 꽃처럼 망망대해위를 날았습니다. 선실이 아닌 밖에 나가 낚시풍경을 찍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하늘이 개이며 낮달이 바다위에 떴습니다.




선실에 누워있는데 선장이 밖으로 나가기에 얼른 일어나 따라 나가니 얼라아부지가 첫 열기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이라고 이때부터 카메라가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두어번 더 토하고 잠이 들었는데 얼핏 "일몰이다" 소리가 들리는 듯 하여 일어나 창문을 열고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찍었습니다. 멀미와 카메라 고장으로 더 잘 찍을 수 있는 일몰인데 하는 아쉬움을 휴대폰으로 찍었습니다. 소지도라고 하는 섬인데, 보기에는 아주 작지만 이 섬에도 풀과 나무가 자라며 낚시꾼과 등산을 즐기러 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꾼들의 바다와의 사투입니다. 집어등이 켜졌습니다만 여전히 선실에서 바깥구경을 하고 간혹 사진을 찍었습니다.



열기를 올리지만 다가갈수 없었습니다. 조금만 움직이면 금방 토했거든요.



선실에 누어 있으니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이러다가 구조헬기가 오는 건 아닌가 할 정도로요. 얼라아부지도 걱정이 되어 몇 번이나 안으로 들어 왔는데 마치 저승사자처럼 얼굴이 하얗다나요.



눈을 떠니 배의 위치가 옮겨져 있었습니다. 돌섬 몇이 있는 곳입니다. 낮에 만났던 등여일 수도 있습니다.



얼라아부지는 정말 꾼입니다. 바다에 가면 빈쿨러로 오는 법이 없을 정도입니다. 하여 줄줄이 올라오는 열기와 함께 멋진 사진을 찍겠노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는데 이도저도 안되었습니다. 날자가 찍힌 사진은 반도낚시에서 메일로 보내 준 사진입니다. 선장은 낚싯배운전하랴 꾼들이 열기 올릴 때 사진 찍으랴 바빴습니다.

- 반도낚시 : http://blog.daum.net/leeol625/7540498




그 사이 날짜가 바뀌었습니다. 이때 정신없이 잤나 봅니다.



8일 밤 9시쯤 밥 냄새가 나기에 눈을 뜨니 밥상이 차려지고 있었습니다. 사무장님이 분주히 오가며 오랜만에 왔는데 차려주는 밥도 못 먹고 우짜냐며 걱정을 했습니다. 얼라아부지는 뭐든 먹이고 싶어 했지만 선장님이 시래기국도 안된다고 했습니다. 이제 속이 비어 더는 올라올게 없는 듯 했지만 그래도 조금 움직이기만 하면 토했습니다.

낚싯배가 철수를 하고 있습니다. 선실에서 모두들 잠에 떨어졌습니다. 낚시를 직업으로 한다면 정말 극한직업일 것 같습니다. 겨울바람과 파도와 맞서 약 9시간 바다와 사투를 벌인 꾼들입니다.



중간에 한 번 일어나긴 했지만 배가 나아갈때는 비교적 잠을 잘 잤습니다. 2시간 걸려 수치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방파제에서 쿨러 한 번 보자고 하니 열어 주었습니다. 자기가 제일 많이 잡았다나요. 쿨러에 열기가 꾹꾹 눌러져 채워져 있었습니다.




0시 51분에 반도낚시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꾼들의 조황물을 이렇게 찍는 모양입니다. 표시가 된 쿨러가 얼라아부지 쿨러입니다. 정말 가장 많이 잡았습니다.



모두가 떠난 수치방파제입니다. 우리는 집으로 오는 길에 24시편의점 몇 곳에 들렸지만 불은 켜졌는데 영업은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계속 속이 울렁거린다고 하니 뭐 마실거라도 좀 사자고 했거든요. 집에 도착하니 새벽 4시였습니다. 약 13시간을 바다위에 있었습니다.

얼라아부지는 다시는 낚시 간다는 말 않겠다고 했지만, 이번엔 파도가 높아 그랬다고 했습니다. 준비해준 낚싯대 한 번 물에 담그지 못 했으니 근거리 낚시때 한 번 따라 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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