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3일
병원 정기진료일이었습니다. 진료와 약을 타니 정오가 가까워오고 있었습니다. 발디산적님을 뵙기로 했기에 부산역으로 가서 택시를 타고 오륙도 해맞이공원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부산 택시 기사님이 이상했습니다. 부산역 택시승강장에서 좌회전하면 오륙도쪽으로 갈 수 있는데 영도쪽으로 가기에 영도쪽으로 가네 하니, 조금 더 가다 좌회전을 했습니다. 부산역에서 오륙도 해맞이공원입구까지 택시비가 11,200원 나왔더군요.
돌아 올 때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용호동에서 택시를 타서 깡통시장으로 가자고 했는데, 영주동 부산터널앞쪽에서 좌회전하여 코모도쪽으로 넘어가면 되는 데 굳이 부산터널 윗쪽으로 차를 몰더군요. 그러니까 우리가 부산 초행인줄 알고 빙 둘러 목적지에 내려 준 겁니다. 용호동에서 깡통시장까지 택시비가 10,100원 나왔기에 10,000원을 드리며 빙 둘러 왔으니 이것만 받으세요 했습니다. 그런데 기사는 큰인심을 쓰는 듯 만원만 주세요 하데요. 부산역에서 탔을 때보다는 바가지를 덜 쓰긴 했습니다. 그러나 택시는 그 도시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인데 국제 관광도시인 부산이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제가 부산에서 13년 정도 살았으며 더군다나 초량과 영주동이 우리집 앞마당같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입니다. 잘 꾸며져 있었습니다. 오래전 블로그 이웃을 만나러 한 번 왔던 곳인데 그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오륙도 해맞이 공원 앞에 있는 오륙도 설명이 친절했습니다.
오륙도 해맞이 공원을 통과한 후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높은 아파트가 있으며 옆으로 공원이 잘 꾸며져 있었는데 붉은 꽃이 한가득 피어 있었기에 꽃잔딘가 하며 다가갔더니 사철채송화(송엽국)이었습니다.
광안리가 보입니다. 청사포 가까이 있는 높은 건물이 '힐스테이트위브'라고 합니다. 이름이 참 어렵네요.
걷다 오륙도 해맞이 공원을 또 찍었습니다. 대단한 부산입니다. 부산은 축복받은 도시입니다.
사철채송화옆으로 해국이 식재되어 있었는데 벌써 꽃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부산이라 그런가 봅니다.
처음엔 길이 완만하여 걸을만 했습니다. 식재되어 있는 여러 종류의 꽃이 좀 조잡스럽기도 했습니다. 굳이 이러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산길인데요.
요즘은 우측통행인데 오르는 길에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매트가 깔려 있었습니다. 부산이니까요.
드디어 이정표가 나왔습니다. 우리는 해파랑길로 접어 들었는데, 이 길은 이기대 해안산책로로 갈맷길 2-2구간입니다. 부산의 해안가 길은 모두 갈맷길인 듯 했습니다.
그런데 해파랑길이랍니다. 이기대 해안산책로, 갈맷길, 해파랑길, 이름이 여렷인 해안가의 길입니다.
해파랑길은 동해와 남해의 분기점인 부산광역시 오륙도해맞이 공원을 출발하여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총 770㎞의 국내 최장거리 걷기길로 해안길, 숲길, 마을길, 해안도로를 끊기지 않도록 잇고 있다고 합니다.
부산구간은 오륙도해맞이 공원에서 진하해변까지인데 해파랑길 01구간 73.7km / 2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는 해파랑길 시작점인 부산 오륙도해맞이 공원에서 출발한 셈입니다.
안전을 위하여 목책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지형에 따라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는데 길은 대체로 걸을만 했습니다.
출발 때 봤던 광안리와 해운대 청사포 풍경이 조금 가까워졌습니다.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걸으면서 만난 식물들입니다. 천남성, 쥐똥나무, 돈나무, 섬초롱꽃입니다. 섬초롱꽃을 재배가 아닌 자연에서 만나니 신선했습니다.
수평선입니다. 하늘이 좀 맑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1.5km를 걸었습니다. 곧 농바위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배낭을 메고 순환도로를 오갔습니다. 우리도 그 중 한 명입니다. 발 아래는 낭떠러지인데 해안가에 이렇게 걷기 좋도록 길을 만들어 두었네요. 진해 해안도로는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거든요.
농바위쉼터입니다.
농(籠)바위
농이라는 것은 버들채나 싸리따위로 함처럼 만들어 종이를 바른 궤를 포개어 놓도록 된 가구(옷 다위를 넣어두는 데 사용)를 말한다. 제주의 성산포해녀들이 남천동 해안가에 자리를 틀어 물질을 하면서 이기대와 백운포 해안가의 특정바위 등을 기준으로 서로 연락하는 수단으로 농을 닮은 이 바위를 농바위로 불려 왔다는 설이 있다. 한편 2001년 「남구의 민속과 문화 」에는 부처가 아기를 가슴에 안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배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돌부처상 바위라고도 기록하고 있다.
천년만년 비바람에도 넘어지지않고 그대로 있는 농바위입니다. 자연의 신비와 위대함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이 걸은 듯 한데 뒤돌아보니 오륙도가 손아귀에서 빠져 나가지 못 했습니다.
잠시 쉰 후 다시 걸었습니다. 햇살이 나뭇잎을 뚫기도 했으며 그늘인 곳도 있었고, 해를 받으며 걷기도 했습니다. 잠시잠시 양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해안가다보니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이들을 많이 봤습니다. 낚시꾼들은 왜 위험한 자리를 선호할까요.
밭골새(해안 사격장)입니다. 길은 완만했습니다.
처음 만난 '다정큼나무'와 섬딸기나무입니다. 다정큼나무는 무척 다정할 것 같으지요. 섬딸기나무는 가시가 없었으며 덩굴이 아닌 나무였습니다.
멀리 치마바위 전망대와 광안리가 보입니다.
바위에 작은새가 있었기에 줌으로 담았으며 윗쪽으로 돌가시나무잎이 빛났습니다. 바다엔 해초류가 너울거립니다.
앞으로는 오르막길이며 뒤를 보니 절벽이었습니다. 걸을 땐 모르지만 뒤돌아보면 위험한 길을 걸어 왔구나 싶습니다. 수시로 안전점검을 하겠지요.
노간주비짜루와 인동초꽃이 피었습니다. 인동초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식물입니다.
절벽아래를 내려다 봤습니다. 역시 해초류가 너울거리고 있었습니다.
동생말까지 2.1km가 남았습니다.
소나무 사이로 광안대교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광안대교 위를 달리기만 했지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기는 처음입니다. 멋있었습니다.
나무데크가 끝나고 소나무밭이 나왔습니다. 조금 걸으니 화장실이 나왔기에 볼일을 보고 물도 마셨습니다. 혹 소변이 마려울까봐 그동안 물을 한모금도 마시지 않았거든요. 윗도리와 휴대전화는 배낭에 넣었기에 휴대전화를 잠시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찔레꽃입니다. 민가가 가까워오고 있는 듯 했습니다.
매점이 하나 있었는데 민박도 가능했으며 앞으로 어울마당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어울마당이니 공연 등을 하겠지요. 광안리가 눈앞입니다.
바위에 공룡발자국 같은 게 찍혀 있었으며, 시비(흙의 살들/김규태, 폭풍우가 몰아치는 이기대에서/박상호)와 이기대 유래가 있었습니다.
이기대의 유래와 한 표지판에 '부산 국가지질공원'안내가 있었습니다. 절벽을 보면서 절벽이구나, 해안을 걸으면서도 별 생각없이 걸었는데 이기대의 많은 바위가 국가지질공원내에 있는 소중한 지질 유산이었습니다.
부산역사대전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부산 국가 지질 공원]
부산광역시는 해안과 산지 및 하구의 뛰어난 경관을 지닌 천혜의 관광지로서, 부산의 다양한 지질과 지형 및 지질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산·하천·낙동강 하구·해안·섬 등의 지형 자원과 함께 화강암류·화산암류·퇴적암류·단층·공룡 화석 등의 많은 지질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국가 지질 공원의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내륙 지역, 해안 지역, 강변 지역 등 3개 범주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부산만의 특징이다. 또한 부산의 지질 명소 대부분이 접근성이 좋고 숙박 시설 등의 인프라가 다른 후보지보다 잘 갖춰져 있다. 때문에 부산의 지질 자원을 체험과 교육의 장소로 활용하면 큰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국가 지질 공원 인증을 위해 지질 전문가를 중심으로 2008년부터 부산광역시 국가지질공원연구회를 조직하여 운영하였으며, 2012년 국가 지질 공원 신청을 위한 부산 지역 지질 명소 기초 조사와 부산 국가 지질 공원(釜山國家地質公園)과 연계한 지구 환경 탐구 학습 자료 개발 등을 통해 사업 기반을 다지고, 2013년 7월 30일 ‘도시형 국가 지질 공원’ 등재를 신청하였고, 11월에 지정되었다. 구상 반려암과 낙동강 하구를 비롯한 몰운대, 두송 반도, 송도 반도, 두도, 태종대, 오륙도, 이기대, 장산, 금정산, 백양산 등 12개 지역이 묶여 도시형 국가 지질 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공룡박자국처럼 생긴 건 모래가 파도에 의해 회전하면서 조금씩 바위를 깍아내어 만들어진 것인데요 '해양 돌개구멍'이라고 부릅답니다.
최계락 시인의 시비입니다.
최계락 시인은 아동문학가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동시 '꼬까신' '꽃씨'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1964년 부산시문화상, 1967년 소천아동문학상 수상했습니다. 부산 동래 금강공원에 그의 시 <꽃씨>가 새겨진 시비가 있고 용두산 공원에 <외가길>, 대신공원에 <해변>, 부산 용호동 이기대공원에 <봄이 오는 길>, 진주시 신안동 녹지공원에 <해저문 남강>등을 새긴 시비가 각각 세워져 있습니다. 요즘은 시비가 너무 많아 문제라는 글을 읽긴 했지만 우리 고장 출신이나 우리 고장을 알린 시인의 시비나 문학비를 세우면 좀 어떻습니까.
봄이오는 길 / 최계락
봄은
바다를 건너
먼
남쪽에서 온다
거치른산
메마른 들판
꽃수레에 실려
봄은
언덕을 넘고
넘치는
그 잔잔한
강물처럼
봄은
내 마음속
나직한 한가닥
아
노래로 온다
어머나, 길이 없네. 동생말까지 가야 하는데 길이 없어졌습니다. 사람들은 해안가 바위를 타고 다녔기에 그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발디산적님이 뒤돌아 가면 나가는 길이 있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미국에 계시는 분이 한국에 있는 저보다 부산 지리를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요즘 수원시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수원 광교산을 그린벨트와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규제를 이유로 주민 지원사업이 전혀 없었는데, 고은 시인에게 2011년 문화도시조례를 만들어 10억원의 비용으로 광교산에 주택을 지원했는데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지역 주민들이 "시인은 광교산을 떠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 맞지만 시위는 수원시에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걸어갈 땐 못 봤는데 뒤돌아 걷다보니 국제신문 근교산 취재팀이 다녀갔더군요. 하여 고은 시인의 '그 꽃'이 생각났습니다.
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나무계단 몇 개를 오르니 평지가 나오고 곧 차도가 나왔습니다.
마을버스도 다닙니다. 이기대 수변공원 해안산책로 통제 알림이 여기에 있었네요.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이 이기심 좀 보셔요. 주말과 공휴일에는 개방을 한답니다. 공사기간을 하루라도 단축하여 빨리 개방할 생각을 해야지 손님은 다 받겠다는 이런 발상을 한 인간이 누구일까요. 공사중이면 분명 위험할텐데요. 아무리 무료 산책로지만 이건 아니죠.
※ 부산 남구 녹지과 : 051-607-4542
왼쪽의 화살표에서 걷기 시작한 해안산책로는 어울마당즘에서 멈췄습니다. 아쉽지만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우리는 공영주차장을 지나고 이기대성당을 지나 용호동 시장통입구까지 걸었습니다. 보통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고 했는데 카메라질을 하다보니 2시간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그나마 동생말까지 가지 않았기에 이 정도 걸렸습니다.
용호동 시장통 입구에 있는 할매 팥빙수집입니다.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며 발디산적님이 안내를 했습니다. 홀은 손님으로 찼으며 선불이었습니다.
국산팥을 직접 삶아 팥빙수, 단팥죽, 붕어빵을 만들어 판매를 하는데, 여름인데 붕어빵을 굽고 있었습니다. 팥빙수는 유리그릇이며 단팥죽은 유기그릇에 나왔고 붕어빵은 바구니에 나왔습니다.
팥외엔 별다른 고명이 없었는데 우유를 많이 넣어 부드러웠으며 적당한 단맛이 어울려 아주 시원했습니다. 2시간 넘도록 걸었으니 다른 이들보다 더 시원하게 먹었을수도 있습니다만, 주말과 휴일엔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팥빙수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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