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농가섬을 나오니 배가 고팠습니다. 배는 훨씬 이전부터 고팠지만 농가섬에 들려야 했기에 배가 고프지 않다고 했는데 거짓말인거지요.
남해 지족에 가서 먹는 음식은 언제나 멸치쌈밥입니다. 언젠가 한 번은 갈치조림을 먹기도 했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특별한 경우며 예나 멸치쌈밥을 주문하고 제 철이 아니지만 멸치회도 달라고 했습니다.
멸치는 몸길이가 13cm가량인 바닷물고기로 등 쪽은 검은 빛이 도는 파란색을 띠고 배는 은백색입니다. 어획시기는 일반적으로 봄부터 가을까지이며 여름부터 늦가을에 걸쳐 낭장망 조업을 통해 포획합니다.
멸치는 한국인의 식생활과 가장 밀접한 어류로 치어나 미성어는 그냥 삶고 말려서 볶음 등으로 이용하며, 성어는 국이나 지개용으로, 생체는 소금에 절여 젓갈로 이용합니다.
봄에 멸치를 판매하는 차량이 마을에 들어 오면 마을은 비린내가 진동하는데, 엄마는 젓갈을 담으며 조금 남겨 멸치찌개를 했습니다. 야들야들한 상추에 싸먹는 멸치찌개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음식이 됩니다.
여기는 남해군 삼동면 지족으로 삼동파출소가 건너편에 있으며 조금 내려가면 창선교가 있습니다. 작은 포구답지 않게 식당업이 성업중입니다. 언젠가 부터 지족해협 근처에 멸치쌈밥집이 우후죽순으로 생겼거든요. 다른 곳에서도 그렇지만 우리는 늘 가는 집으로 갑니다. 이 집은 맛집으로 소문이 났으며 홀과 (단체손님)방안에 다녀간 이들의 싸인이 빼곡합니다. 늦은 점심이었지만 손님이 두 테이블 있었는데 여자 세 분은 여행중인 듯 했으며, 주방 이모들은 늦은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숭늉이 나오고 밑반찬이 올려진 후 나온 멸치회무침은 푸짐했습니다. 젓가락으로 집어 먹으니 새콤달콤했지만 멸치는 고들고들했습니다. 지금이 멸치잡을 철이 아니다보니 해동을 했을 수도 있겠지요.
미나리, 양파 등 채소가 어우러진 (생)멸치회무침입니다. 멸치는 반으로 갈라져 가운데뼈는 없습니다.
귀한 상추에 싸서 크게 한입 먹으니 고팠던 배가 일순간 채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몇 번 먹지 않았는데 멸치찌개가 나왔습니다. 마치 방금 잡아올린 멸치로 끓인 찌개같았습니다.
멸치가 그득하며 멸치 아래엔 시래기와 말린 고구마순이 깔려 있습니다.
멸치를 건져 상추에 싸서 먹을 땐 모르겠는데 찌개국물을 먹으니 짰습니다. 많이 짠 걸 소태처럼 짜다고 하는데, 소태의 맛을 모르지만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짰습니다. 건더기도 일반적으로 짰고요.
이집은 오래전에는 간이 잘 맞았는데, 세월과 함께 주방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도 늙어 가다보니 혀가 무뎌진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멸치젓갈입니다. 여기 밥상은 거의가 남해에서 생산되는 채소와 해산물이 오르는데 멸치젓갈은 꼭 오르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식사후 인사를 했습니다.
상을 받을 때는 "잘 먹겠습니다."며, 식사후엔 "잘 먹었습니다."라고 하는데, 이게 습관이 되어 찬이 반 넘게 남았는데도 "잘 먹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사실은 좀 많이 짰습니다."라고 해야 주인과 손님에게 도움이 될 텐데 습관은 쉬이 버려지지 않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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