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득량역과 강골마을을 둘러 본 우리는 수려한 바위산인 오봉산과 득량만 사이의 해안도로와 방조제를 달려 벌교읍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점심시간이 지났기에 벌교에 왔으니 꼬막정식을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보성여관 맞은편의 '정도가'로 갔습니다. 벌교읍에는 많은 꼬막정식집이 있으며 차림은 거의 비슷하니 어느 밥집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아 식사후 갈 보성여관 맞은편집이 좋을 듯 하여 정도가로 정했습니다.
주차는 태백산맥 문학거리 공용주차장에 했습니다.
보성여관과 정도가로 가는 거리입니다. 마치 일본의 어느 거리같지요.
정도가 옆집도 꼬막정식이 가능한데 우리는 '한 분도 식사 가능합니다'라는 안내가 반가웠는지도 모릅니다. 요즘이야 혼밥이라고 하여 웬만하면 1인분이 가능하지만 몇 년전만해도 밥집에 혼자가기가 참 뭐했거든요. 2인분 이상이라서.
주방은 식사를 하는 방앞에 열려 있었으며 마치 가정집같았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니 개업한지 이제 4개월째라고 했습니다. 4개월이면 자리를 잡기에는 이른 시기지요, 그러니 음식에 정성도 많이 들어 갔을 겁니다.
차림표를 보니 갈등이 일었습니다. 꼬막정식은 뭐며 꼬막백반은 무엇일까. 값은 6,000원 차이였습니다.
생수를 들고 온 주인에게 정식과 백반의 차이를 물어보니 정식은 참꼬막이며 백반은 새꼬막이라고 했습니다. 꼬막정식 2인분을 하고 싶은데 얼라아부지가 백반을 먹겠다고 하여 정식 1인분과 백반 1인분으로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하여 정식과 백반 각 1인분으로 했습니다.
주로 겨울철에 즐기는 별미 식재인 꼬막은 '참꼬막'과 '새꼬막', '피꼬막(피조개)'으로 분류하는데,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에 많이 분포하며 갯벌에서 서식합니다. 꼬막 채취시 뻘배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한때는 생계 도구였던 뻘배는 레포츠 장비로 개발해 청정갯벌에서 뻘배 레이싱을 즐기기도 한답니다.
꼬막의 표준어는 원래 고막이었습니다. '꼬막'이라는 용어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사투리였는데, 전남 보성 벌교를 배경으로 한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이 인기를 끌면서 급기야 꼬막이 표준어의 지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살이 탱탱하게 올라 겨울철이 제철인 꼬막은 태백산맥 소설에서 수차례 언급되는데, '간간하고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맛'이라고 묘사됐지요.
참꼬막은 패각에 털이 없어 '제사 꼬막'이라고 불리며, 전라도 지방에서는 조상의 제사상에 반드시 오른 음식으로,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옛날부터 중요한 향토음식이었습니다. 알이 굵을수록 맛이 뛰어나며, 만져서 움직이고 껍질이 깨져 있지 않은 것을 최상품으로 치며, 또 삶는 기술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끓는 물에 찬물을 넣어서 약간 식힌 후에 꼬막을 넣고 다시 끓어 오르면 건져내야 육질이 부드러워집니다.
꼬막은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가장 맛이 좋으며, 철분, 헤모글로빈 등이 함유돼 있어 빈혈 예방 등에 최적의 식품이며, 피꼬막은 헤모글로빈이 많아 철분이 풍부하고 단백질,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등이 함유돼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으며, 숙취해소와 동맥경화, 빈혈 예방에도 탁월하다고 합니다.
돌조개과에 속하는 꼬막은 서해안과 남해안에 분포하는데 유독 벌교 꼬막이 유명한데요, 벌교는 일제강점기에 경전선 철도가 지나게 돼 교통의 요지로 꼬막 생산량이 많은 고흥, 장흥 지역의 꼬막이 벌교로 집산되어 벌교가 대표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꼬막입니다.
기와집같은 껍데기에 진흙이 묻은 꼬막은 참꼬막이며, 털이 있는 꼬막은 새꼬막이며, 아래는 피꼬막(피조개)입니다.
꼬막정식 + 꼬막백반입니다.
삶은 피조개와 참꼬막, 고막무침, 꼬막지짐 등 몇 가지의 꼬막요리와 김치류와 나물류에 반건시와 유자청이 찬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손님들 반응이 좋아 내놓는답니다.
삶은 피조개와 참꼬막입니다. 밥상에는 꼬막을 까는 도구가 놓여 있기도 합니다.
마침 벌교장날(4, 9일)이었기에 시장구경을 잠시 했는데 서대와 낭태를 많이 말리고 있더라고요. 남해에만 많은 줄 알았는데 이쪽에도 많이 잡히는 모양입디다. 밥상에 찐낭태가 올랐습니다.
벌교시장에서 말리고 있던 서대와 낭태입니다.
꼬막회무침입니다. 무와 당근, 미나리 등의 채소와 꼬막을 초고추장에 버무린 음식입니다.
꼬막회무침을 비롯하여 나물류에는 참깨가 고명이었는데 무나물에는 볶은들깨를 넣었더군요. 들깨는 가루나 기름으로 먹는 줄 알았는데 통으로 요리에 넣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꼬막이 들어간 된장찌개인데 역시 여느 고깃집의 된장찌개와 맛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비벼먹을 수 있도록 김과 참기름을 담은 그릇을 주었는데 이 또한 여느 꼬막집과 같았지요. 꼬막찬으로 몇 술 먹다가 된장찌개와 꼬막회무침, 버섯볶음, 고사리나물을 넣어 비벼먹었습니다.
순천만 국가정원이 만들어졌던해에 마을 부녀회에서 순천만 국가정원, 대한다원을 관람한 후 벌교에서 꼬막정식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차림은 그때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는 듯 하며 맛 또한 그때 밥집과 '정도가'와 차이를 모르겠습디다. 언제 또 벌교를 방문할런지 알 수 없지만 그때는 정도가가 맛집으로 기록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정도가 꼬막정식, 백반
전남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길 16-1 보성여관 맞은편
061-857-0388
'다락방 > 우야든둥 잘 묵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해를 닮은 벚꽃잎새떡과 벚꽃라떼 / 100년 벚꽃 카페 (0) | 2018.04.07 |
---|---|
거제의 봄맛, 덜컨하며 향긋한 멍게비빔밥 (0) | 2018.03.16 |
카페 분위기의 생선구이집 어락, 늦은 점심이라 더 맛있었다 (0) | 2018.02.12 |
남해 맛집에서 먹은 멸치회무침과 멸치쌈밥 (0) | 2018.02.06 |
설명절 자반생선 구입하기 / 남해 전통시장 (0) | 2018.02.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