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마음 나누기/가본 곳

舊 진해우체국과 닮은 벌교 금융조합의 변신

by 실비단안개 2018. 2. 23.
728x90

2월 9일

문학기행을 떠나는 이들에겐 최고의 문학기행지로 손꼽히는 곳인 벌교에는 소설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이 있습니다. 벌교에서 느낀 건 벌교는 태백산맥과 꼬막뿐이구나 할 정도로 가는 길마다 태백산맥 문학길이었으며 벌교읍내를 벗어나도 꼬막정식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을 정도였습니다.


월곡 영화골을 나와 간 곳은 벌교 금융조합(벌교읍 태백산맥길 39-1)입니다. 벌교 금융조합은 2005년 제226호의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근현대식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로 일제강점기 소설 태백산맥 속 무대이기도 합니다.

1918년부터 금융 시설로 사용하다가 1926년 농촌지도소 벌교지소, 벌교지역 농민상담소 등으로 활용되어 왔으나, 시설이 노후되어 보성군이 2013년부터 건축물의 훼손부분과 누수, 오염 등을 대대적으로 복원하는 공사를 진행하여 개방했는데, '화폐속의 숨은 이야기'를 주제로 전시중이었으며 벌교 박물관 역할도 하고 있었습니다.


벌교 구 금융조합입니다.

1918년에 건립된 르네상스식 바탕에 절충주의적 양식 건물로 일제강점기에는 금융조합으로 사용된 건물이며 소설 태백산맥에도 등장합니다.



금융조합 입구에 설명이 있습니다.

소설에서는 금융조합장 송기묵이 일제강점기부터 금융조합에 근무한 이력을 지닌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친일파가 척결되지 못한 이 땅의 비극이 수없이 많은 분야에서 그런식으로 기득권을 행사했음을 작가는 여러 주인공들을 통해 일깨우고 있지요.

송기묵은 돈을 다루는 사람답게 치부에도 능해 은밀하게 고리대금업까지 해가며 탄탄한 재력을 확보해 아들과 딸을 서울대와 이화여대에까지 유학시키지만 결국 좌익들에게 죽고 맙니다.



벌교 금융조합은 르네상스식 바탕에 절충주의적 양식 건물로 붉은 벽돌을 바탕으로 하고 그 사이사이에 돌을 깎아 넣어 건물의 견고함과 장식적 효과를 동시에 노린, 일본인들이 관공서형 건물로 즐겨 지었던 모습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원형이 잘 보존되어 지난 역사를 반추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 위치 또한 번화가의 첫머리인 삼거리에 자리잡아 고객들의 편리를 도모한 세심함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벌교금융조합은 2005년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226호)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금융조합 왼쪽으로 대한민국 화폐를 배경으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사진을 찍는다면 부자가 될 것 같지 않나요?



금융조합 실내입니다. 금고에서 오만원권 지폐가 쏟아집니다.

 


우리나라 화폐이야기가 있으며, 소설 속 인물들의 의복을 착용하여 '소설 태백산맥 등장인물 되어보기'도 가능합니다.

 


대리석 데스크에는 보성나들이와 꼬막축제 등의 안내서와 보성에서 촬영한 인물사진들이 있었으며, 벽에는 벌교인의 기상과 삶의 역사 사진들도 있었습니다. 벌교는 보성군의 두 읍(보성읍, 벌교읍)중 보성읍보다 인구가 많긴 하지만 시골이나 마찬가지인 읍입니다. 그러나 벌교읍을 여행하다보면 여느 市보다 역사가 깊으며 애향심이 강하며 옛 건축물이 잘 보존되고 기록이 잘 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금융조합에 설치되어 있는 벌교읍 사진입니다. 벌교천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누어진 읍내는 오른쪽이 읍내주요지며, 왼쪽으로 태백산맥 문학관이 있습니다. 벌교천 위로는 경전선 철길, 부용교, 미리내인도교, 소화다리, 홍교 등의 다리가 있습니다. 벌교천은 흘러 벌교만으로 듭니다.

금융조합 건물은 벌교 박물관 역할을 정말 잘 하고 있는 듯 하였기에 부러웠습니다.




전시실입니다. 화폐속의 숨어 있는 이야기인데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지폐와 동전 등의 숨은 기능을 자세히 알려줍니다.





금융조합 건물앞에서 서니 진해 우체국이 생각났습니다. 건물의 생김과 면적이 비슷하며, 준공년도도 일제강점기입니다.

舊 진해우체국(사적 제291호. 지정일 1981.09.25)은 1912년 준공된 1층 목조건물로서, 우편환저금, 전기통신 업무를 취급하던 청사였습니다. 건물 양식은 러시아풍의 근대건축인데, 이는 이 지역에 일찌기 러시아 공사관이 자리잡고 있었던 까닭이라고 하며, 정면 현관에는 배흘림 기둥의 투스칸 오더(Tuscan order)의 원기둥을 세웠습니다.
내부는 사무를 보는 영업장과 객장 사이에 높은 카운터를 두었었지만 지금은 강당이나 회의실처럼 트였습니다. 본래 내부 바닥은 목조마루였으나 지금은 마루를 들어내고 시멘트로 개조하였으며, 지붕은 동판으로 마감하였습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화재청·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가 지정 목조문화재 화재보험 가입 현황'에 따르면 진해우체국(사적 291호)은 보험가가 무려 534억 392만 6000원인 것으로 나타나 국내 문화재 가운데 보험가 최고액을 기록했습니다. 진해우체국에 이어 옛 도립대구병원(사적 443호) 485억 원, 숭례문(국보 1호) 254억 원, 옛 서울대 본관(사적 278호) 231억 원, 순천 선암사(사적 507호) 180억 원 등이었습니다.

이들 순위는 보험적 가치일 뿐, '문화재적 가치'와는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이기는 하나 보험적 가치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진해 우체국의 경우 군항제 기간 잠시 전시회나 체험 등을 할 수 있지만 그외는 관계자외에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벌교 금융조합의 경우 새롭게 단장하여 전시장으로 활용중이었는데 진해 우체국도 벌교 금융조합처럼 새단장하여 활용방안을 찾았으면 합니다.



유홍준 교수는 경복궁 경회루와 창경궁 연경당 선향재 등을 개방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문화재청장을 역임하기 전부터 국내 문화유산 관리에 가장 불만이었던 점은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쓰인 팻말이었다"고 했습니다. "목조 건축물은 사람이 살아야 그 건물도 살고 더욱 오래 보존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곰팡이와 먼지가 낀다. 천하의 좋은 집도 '들어가지 마시오' 3년이면 흉가가 되게 되어있다"고 했습니다.

유홍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42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긴 경회루 나무 바닥은 잿빛이 돼 건물 회복에 많은 시일이 걸렸다고 하며, 개방된 지금은 '들어가지 마시오' 대신 '신발을 벗고 들어오세요'라고 써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홍준 교수는 "문화재는 가까이서 보고 향유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알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관계자외는 출입금지 구역인 구 진해우체국 외부와 실내입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