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해가 길어졌다고 하지만 오후 시간은 짧았습니다. 우리는 명동 성당도 볼겸 저녁식사를 하러 명동으로 갔습니다.
명동은 부산의 남포동과 광복동 비슷한 복잡한 곳이었는데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다고 하지만 인파가 넘쳤으며, 부산 남포동 극장가앞 골목처럼 길거리 먹을거리도 있었습니다.
큰아이가 채식부페와 한정식 중에 어디가 좋겠느냐, 아무래도 앉아서 받아 먹는 게 편하겠지요 하기에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6년전 서울에 갔을 때 큰아이와 아이 친구와 함께 인사동 한정식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그때의 식사가 아이는 맛있었다고 했으며 이날 밥값은 큰아이가 계산했습니다.
명동 4길 25 포라리스 5층 아미소(阿味笑)에 도착했습니다. 명동은 서울을 대표하는 번화가이니만큼 유명 한식 밥집 맛집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곳이 한식 전문점인 아미소라고 합니다.
아미소는 250평의 넓은 공간으로 테라스도 갖추어져 있었지만 식탁이 4인 밥상으로는 다소 비좁은 듯 했습니다.
아미소는 탑불고기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계절에 맞게 보리굴비 정식과 떡갈비 정식으로 했습니다.
전문 한정식집처럼 코스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여러가지 반찬이 정갈했지만, 전은 세 종류였는데 기름이 많았으며, 잡채는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인데 식었기에 맛이 덜 했는데,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워낙 잡채를 잘 하기에 다른 집이나 밥집에서 잡채에 손이 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청포묵, 샐러드, 해초와 산채 등이 어우러진 찬입니다.
더위가 시작되었기에 게장에는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많이 걸었으며 저녁 식사시간이었기에 보리굴비와 떡갈비 정식이 나오기전에 차려진 찬을 많이 먹었습니다. 두 정식이 늦게 나온 탓도 있습니다. 딸들은 직원의 발걸음만 들려도 혹 우리 차례인가 싶어 설렌다고 했습니다. 드디어 보리굴비가 나왔습니다.
아미소 직원이 옆에서 뼈를 발라주었으며, 생각외로 굴비가 컸기에 만족스러웠습니다.
조기를 사나흘 소금에 절여 보름 넘게 바싹 말린 다음 통보리 뒤주 속에 넣어 보관하여 꼬리부분을 잡고 찢으면 북어포처럼 일어나는 것을 보리굴비라고 하는데 귀한 식재료입니다.
보리굴비는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철분, 무기질이 풍부하여 기력회복에 좋고 비타민 A와 D가 많아 야맹증을 예방하기도 하는데, 특히 피로로 지친 몸을 회복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영조 임금은 입맛을 잃었을 때 조기를 먹고 입맛을 찾았다고 할 정도로 입맛을 당기는 음식입니다.
낮에 서울숲을 헤매다시피 걸었기에 지쳤었는데 보리굴비로 원기를 회복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기와 맛이 만족스러운 보리굴비였습니다.
떡갈비입니다.
떡갈비는 우리나라 음식으로 대한민국 전라남도(담양·해남·장흥·강진 등지)와 광주광역시의 광산구 송정동에서 유래하였다고 전해지지만, 현재는 전국 각지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입니다. 쇠고기를 다져 만든 모양이 떡을 닮아 떡갈비라 불립니다. 먹기 편한데다 고소한 쇠고기 맛을 즐길 수 있어 어린이나 노인들이 주로 즐기는 음식인데 명절음식이기도 합니다.
떡갈비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절반씩 섞어 네모난 떡 모양으로 만든 뒤, 양면 석쇠에 얹은 다음 숯불에 구워 먹는데,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절반씩 섞는 이유는 소고기만 넣을 경우 너무 맛이 퍽퍽하기 때문에 적당히 기름기를 섞기 위하여 돼지고기를 섞습니다.
떡갈비의 양 또한 보리굴비만큼 만족스러웠습니다. 우리는 2인분씩 하기를 잘 했다고 자화자찬했습니다.
떡갈비는 손으로 찢어야 했는데 손가락이 약간 뜨겁긴 했지만 엄마니까요.
보리굴비는 간이 슴슴하여 입에 잘 맞았으며, 떡갈비는 좀 퍽퍽했지만 나름 다들 열심히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남았었습니다.
뚝배기밥과 된장찌개도 보리굴비만큼 늦게 나왔습니다. 하여 밥없이 보리굴비와 떡갈비를 먹었더니 혀에 짠맛이 감돌았기에 밥이 반가웠습니다.
밥을 그릇에 덜은 후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고 밥과 된장찌개로 식사를 했습니다.
보리굴비는 녹차에 밥을 말아 쭉쭉 찢어 밥위에 올려 먹으면 맛이 더 좋다고 했지만 저희는 누룽지가 불은 숭늉밥에 올려 먹었습니다.
아미소는 손님이 맞아 그런지 회전이 느렸는데 후식으로 나온 팥빙수입니다. 팥빙수는 팥위에 깔끔하게 콩가루만 얹어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촌스럽게 얼음과 팥을 모두 비벼 떠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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