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30일
새해 일출 장소를 물색하기전 먼저 들린 곳은 방파제와 죽성성당의 가림길에 있는 황학대(黃鶴臺)였습니다. 황학대(黃鶴臺)는 기장 오대(機張五臺) 중의 하나로, 기장과 인근 지역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며 시상을 떠올렸던 곳으로 전해집니다.
1618년 고산 윤선도가 경원에서 이곳 죽성으로 이배되어 와 7년간이나 유배 생활을 하면서 시, 서, 제문 등 29수를 남긴 곳으로 전해지는데, 입구의 석벽에 이곳 출신 진사(進士) 방치주(方致周)의 이름이 각인되어 있어 후손들이 제사를 올리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전봇대와 가로등으로 인해 어디에서 봐도 황학대 본래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황학대와 황학정입니다.
황학대 안내표지판입니다.
고산 윤선도는 기장에서 7년간이나 유배생활을 했다. 조선시대 정철, 박인로와 함께 3대 가인으로 시조 문학의 최고봉을 이룬 고산 윤선도는 1616년 당시 국사를 전횡하던 집권세력 등의 죄상을 밝히는 병전소를 올린 것이 화가 되어 함경도 경원으로 유배되어 1년을 보낸 뒤 기장으로 유배되었다. 유배생활 중 고산은 백사장 건너에 있는 송도를 중국 양자강 하류에 있는 신선이 황학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황학루'와 견주어 '황학대'라 이름짓고 이곳을 매일 찾았다고 전해진다.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고산은 마을 뒤에 있는 봉대산에 올라 약초를 캐어 병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살피곤 했는데 당시 이곳 사람들은 고산을 서울에서 온 의원님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안내표지판에는 윤선도의 우휴요가 있는데, 고산은 이곳에서 견회요와 우후요 등 주옥같은 시 여섯 수를 남겼다고 합니다.
궂은 비 개단말가 흐리던 구름 걷단말가
앞내에 깊은 沼이 다 맑았다 하나산다
眞實로 맑기곳 맑았으면 갓끈 씻어 오너라
표지판에 보면 "백사장 건너에 있는 송도"라는 글귀가 있는데, 황학대는 본래 송도(松島)라는 섬이었는데 하천의 퇴적 작용으로 육지와 연결되어 육화되었으며,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수령 100년 이상의 해송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으나 현재는 해송들이 거의 고사하였다고 합니다.
황학대로 오르는 돌계단이 있었는데 낯선 남자가 차지했기에 겨우 길이 된 곳으로 언덕으로 올랐습니다. 황학대 정상은 제법 넓었으며 띄엄띄엄 소나무가 있었고 솔방울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겨울나무 사이로 등표가 약간 보였으며 방파제의 등대도 보였는데 고산 윤선도가 현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절대 '우후요'같은 시조는 탄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관리가 되고 있지 않는 듯 그만큼 주변은 어수선했습니다.
황학대에 오른 김에 서식식물을 살폈습니다. 송악이 바닥을 기고 있었으며, 돈나무의 열매가 터져 붉은 씨앗이 드러났고, 돌가시나가 단풍이 들었으며, 가을날 채취하느라 애를 먹은 계요등 열매도 있었으며, 다육과 해국과 사철나무 등이 있었습니다. 잘 가꾼다면 좋은 자연식물원이 될 수도 있을 듯 했습니다.
황학대 아래에는 해녀상이 있었는데 맞은편에는 해녀 복지회관이 있기도 했습니다. 두호마을은 작은 어촌으로 어선이 제법 있으며 해녀가 있기도 하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입니다. 어딜가나 거슬리는 전봇대와 가로등입니다만, 현 시대의 생활과 맞물려 있다보니 될수있으면 전봇대 등을 피해 사진을 찍는 편이지만 피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황학대 입구의 석벽에 이곳 출신 進士方致周(진사 방치주)의 이름이 각인되어 있어 후손들이 제사를 올리는 곳이기도 하며, 암벽에는 기장 출신의 벼슬아치들이 새긴 친필 각자도 볼 수 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환경훼손인데 옛 양반들은 물 좋고 정자 좋은 곳 마다 이런 흔적을 남겼는데 우리는 여러 고장을 여행하면서 만날 수 있습니다.
다섯 그루 해송이 있는 언덕을 오르며 본 황학대입니다.
죽성성당에서 본 황학대와 황학정입니다. 마을의 민가 쪽에 사당같은 건물도 있습니다.
죽성은 작은 어촌마을이지만 드라마 세트장을 비롯하여 신앙촌, 왜성, 황학대, 풍어제를 지내는 지방 문화재인 노거수 해송이 있습니다. 과거와 현대,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고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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