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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적나라한 쉼터와 옹달샘 청소, 도롱뇽과 거머리가

by 실비단안개 2019.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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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텃밭에 가면 평상인 쉼터에 카메라 가방을 놓고 커피를 식혀 둔 후 꽃을 만납니다. 꽃을 만난 후 그날 일을 하는데 10일날 한 일은 쉼터와 수풀에 가려 보이지 않는 옹달샘 청소였습니다.

그야말로 적나라한 쉼터이며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수풀로 꽉찬 옹달샘입니다.

 

 

평상 쉼터에는 온갖것들이 다 올려져 있습니다. 장갑, 바구니, 호미, 가위, 케이블타이, 빈박스, 종이컵, 도기컵, 씨앗, 약초, 라면 등등.

이제 하나씩 정리를 하며 평상을 닦아야 하고 옆의 휴대용가스렌지를 둔 곳도 정리해야 합니다.

 

 

긴병풀꽃이 사방팔방으로 벋었으며, 자잘한 잡초가 옹당샘으로 가는 길을 막았습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잘 했다는 소리를 들을지 난감한 풍경입니다. 봄은 잠깐이었습니다.

 

 

위에서 본 옹달샘입니다. 옹달샘은 더운날 물을 시원하게 해 주며 가끔 과일을 담가 두기도 하고 그릇을 헹굴때도 이 물을 이용합니다. 그러나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는 옹달샘물이 그다지 필요치 않다보니 방치해 두는데 이제 필요할 때가 되었으니 청소를 해야 합니다.

옹달샘으로 가는 길의 잡초를 양손가위로 자르고 호미로 맸으며, 물은 그릇으로 바닥까지 박박긁어 퍼 냈습니다. 몇 년째 잠겨 있던 소주는 버렸습니다.

하얀자갈을 바닥에 깔아 두었는데 물을 퍼낼때 버려지기도 했으며 흙속에 숨기도 했습니다. 이제 처음의 열정이 사그라들었는지 자갈을 씻어 다시 깔지는 않았고 그저 물을 퍼내고 새물이 고이도록 기다렸습니다.

 

 

물은 흙과 돌틈에서 아주 조금씩 스며 나오기에 옹달샘을 채우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웅크리고 앉아 물이 고이도록 기다립니다.

도롱뇽알집과 어린 도롱뇽이 보였습니다. 까만 씨앗들은 옹달샘옆의 꽃창포씨앗인 듯 합니다.

 

 

도롱뇽 알집입니다. 알집에서는 어린 도롱뇽이 꼼지락거렸습니다.

 

 

꽃창포 씨앗인 듯 한 종자가 많았지만 그대로 두기도 했으며 물을 퍼낼때 함께 나간것도 있습니다. 워낙 번식력이 좋다보니 종자에 애착을 느끼지 않습니다.

 

 

어린도롱뇽입니다.

도롱뇽을 본적이 없는 이라도 지율스님이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대구 천성산에서 터널 공사를 시작하려고 하자 도롱뇽이 서식하는 고산 습지 생태계가 파괴된다며 단식농성을 한 일은 알고 있을 겁니다.

도롱뇽은 야행성 양서류로 양서강 도롱뇽목 도롱뇽과에 속하는 한국 특산종으로 몸길이가 7~11cm 정도이고, 꼬리는 몸통길이보다 약간 짧으며 갈색 바탕의 몸색깔에 암갈색의 둥근 얼룩 무늬가 있고, 4개의 다리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산란기는 4월~5월말이며, 산림지대의 계곡, 하천, 습지 등지의 돌, 낙엽, 고목 아래에서 발견되며 물속의 지렁이나 곤충류를 먹습니다.

옛날부터 농부들은 도롱뇽이 낳은 알을 어떻게 놓아두느냐를 보고 한 해 장마와 가뭄을 예측했다고 합니다.

도롱뇽이 낳은 알의 모양을 보고 그해 장마가 질 경우 도롱뇽이 알을 돌에 붙여 낳고, 가뭄이 들 경우에는 알을 주변 다른 물체에 붙이지 않는 특성을 파악해 농사에 영향을 줄 자연재해를 예방하곤 했다고 합니다.

   
도롱뇽은 포획금지 야생동물이며 수출입 허가대상 동물로 제주도를 포함한 서·남해안, 부산광역시 고리 주변을 제외한 전국의 내륙에 분포하며, 중국 동북부에도 분포합니다. 서식·산란지의 파괴가 최대 위협 요인으로, 논 습지의 감소 등과 함께 앞으로도 개체군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서류의 동물입니다.

 

 

지난해 3월 초 열매를 맺지 못 하는 보리수나무를 뽑고 모과나무를 심기위해 흙을 팔 때 나온 도롱뇽으로 다시 흙속에 넣어 주었습니다.

 

 

옹달샘에 물이 차츰 고이니 개구리가 다시 왔습니다. 텃밭의 개구리는 대부분 무당개구리이며 가끔 청개구리도 보입니다.

그런데 개구리앞으로 지렁이같은 게 기어 가는게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지렁이가 아닌 거머리였습니다. 물속이라 그런지 지렁이보다 움직임이 유연했습니다.

악착스레 질긴 사람을 거머리같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거머리는 모내기때 다리 등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고 사람의 피를 빨아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거머리가 우리 텃밭 옹달샘에 있었습니다.

거머리가 다가가면 개구리가 거머리를 잡아 먹을까 하며 한동안 지켜 보았습니다. 거머리가 지날때까지 미동도 않던 개구리는 거머리가 지나가니 팔딱 뛰어 자리를 옮겼습니다. 거머리의 명성을 개구리가 아나 봅니다.

 

거머리는 거머리과에 딸린 환형동물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몸길이는 3~10cm, 몸은 길쭉하고 많은 고리마디로 되어 있습니다. 암수한몸이며,
몸의 앞끝과 뒤끝에는 빨판이 있어 다른 동물에 붙을 수 있는데 앞의 것이 입입니다. 논이나 개울 · 못 같은 데 주로 살며, 사람을 비롯한 다른 동물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데, 침샘에서 피가 굳지 않게 하는 물질을 내어 빨아먹는 피와 섞어서 몸속에 저장하는데, 이것을 헤파린이라고 하는데 피가 엉기는 것을 막는 의약품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거머리가 한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였습니다. 어쩌나.

 

 

옹달샘으로 가는 길과 옹달샘이 나타났습니다. 이 개운함이란.

 

 

 

쉼터인 평상도 정리하여 주방(?)쪽에 새갈대발을 달았습니다. 그럴듯 했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정리를 하긴 했나 할 정도로 보이지만 실제 공간이 많이 넓어졌으며, 이날 재활용쓰레기가 두 봉지나 나왔습니다.

 

 

 

이제 집으로 갈 시간입니다.

옹달샘에는 물이 찼으며, 개구리와 도롱뇽알집, 거머리는 여전히 있었습니다. 꽃창포종자가 물에 떴기에 조금씩 걷어 버리기도 했으며 개구리밥 사이의 잘린 잡초들도 걷어 주었습니다.

 

 

종일 수고했다고 텃밭 입구의 작약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 물이 많이 맑아졌습니다. 발자국 소리에 개구리가 놀라 숨었으며, 도롱뇽이 한가히 노닐고 있었습니다. 잠시 물위의 이물질을 걷었습니다.

 

 

토마토가 물에 잠길까봐 바구니를 띄워 옹달샘에 담가 두었습니다. 생수도.

텃밭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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