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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요양보호사와 텃밭 경영주의 5월 어느 하루

by 실비단안개 2019.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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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일

며칠전에 주문한 복지용구가 도착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복지용구는 요양등급을 받은 대상자가 이용할 수 있는 복지용품으로 일반인일 경우 금액의 15%선에서 구입이 가능하며 용구에 따라 렌탈도 가능합니다.

또 수요일이다보니 엄마가 방문목욕 봉사를 받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2년전 이웃의 막강한 권유로 마지못해 요양사 학원에 등록하여 야간수업을 받은 후 운좋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엄마가 치매약을 6년째 복용중이다보니 가족요양보호사로 활동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버지께서 타인(요양사)이 집에 드나드는 게 싫다고 하시고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고령사회로 접어 들었습니다. 의학의 발전이 한 몫을 했지만 우리 사회는 고령사회를 받아드릴 준비가 아직 미비하며 노후대책 또한 미비합니다. 거동이 불편하지만 의학의 발달과 의료보험 적용으로 죽지 못 해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은 실정이며, 생명연장 포기각서(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생명연장 포기각서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인 경우 입원 병원에서 작성이 가능하며, 일반인의 경우 지역 의료보험공단에서 작성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요양보호사는 고령이나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신체활동이나 가사활동 등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직업으로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80대 중반으로 두 분이 생활을 하십니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몇 번씩 친정에 가게 됩니다. 때로는 지치기도 하지만 자식으로 당연한 일이기에 부르면 언제나 갑니다.

요양사 자격증을 취득하였지만 엄마의 요양등급은 세 번이나 5등급을 받았습니다. 5등급은 치매등급으로 요양사지만 치매교육을 따로 받아 또 자격증을 취득해야 활동이 가능한데, 부산이나 창원 변두리에서 교육을 하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먼 거리라 포기했습니다.

다행이 올해 엄마는 4등급을 받았으며, 지난해 받았던 목욕봉사도 다시 신청하여 받고 있습니다. 병원동행이나 목욕시 진이 빠질 정도거든요.

 

요양보호사는 시설이나 대상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활동을 지원하는데 요즘 언론에서 기획시리즈로 나오기도 할 만큼 고령과 요양보호사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시대입니다. 청년이 나이가 들면 노인이 되니 우리 모두의 일이니까요.

얼마전에는 91세의 할아버지께서 치매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기사를 읽기도 했는데, 남자들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수강을 하는 시대입니다. 100세 시대이며 부부중 어느 분이 먼저 치매나 질환에 걸릴 지 알수 없으니까요.

이런 경우 대부분 재가 중 가족요양보호사로 활동을 하게 되는데, 일반 재가의 경우 하루 3시간이 주어지며 가족의 경우 최대 1.5시간이 주어지는데 엄마는 1시간이었습니다. 즉 예쁜치매라는 거지요.

하루 1시간은 세탁기 한 번 돌려 빨래널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어제(28일)만 하더라도 아침 7시 30분 집을 출발하여 친정에서 두 분과 아침식사를 마치고 두 분을 모시고 병원에 갔습니다.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씩 다니는데, 진료, 처치, 물리치료를 받다보면 세 시간 정도 걸리는데, 어제는 다른 건물의 안과에서 1시간 넘게 기다려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약국에 갔더니 동네 동생뻘되는 친구를 약국에서 만나 태워주어 농협으로 갔습니다.

중국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25일 나오는 노령연금을 농협에서 찾아 농협마트장을 보고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오후 2시 30분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큰비가 내렸음에도 텃밭에 가지 못 하고 바로 뻗어 오후 5시에 일어 났는데 또 생선 다듬어라고 하여 친정으로 가서 오후 8시에 집에 왔습니다. 거의 종일 친정일에 매달린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요양사 급여를 건강보험공단에서 주니 동기(同氣)간보다 정부가 더 나은 시대입니다.

 

우리나라 노인복지는 정말 잘 진행되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게, 대도시의 경우 지하철이 무료이며, 노인기초연금이 주어지고 요양사를 쓸 경우 그 급료까지 정부에서 주는데, 대상자는 15%만 내면 됩니다. 엄마의 경우 월 65,070원을 내면 딸(아들이나 기타 가족 가능)인 제가 하루 1시간씩 20일간 병원동행, 식사준비, 말벗 등을 해 드리는 겁니다.

그런데 재가의 경우 마치 파출부처럼 부린다는 의견들이 있는데, 주변 요양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실이며 저 같은 경우도 친정의 많은 일들을 하고 있기에 파출부나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노동강도에 비해 급여가 낮다는 겁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최저시급으로 했지만 진해의 재가요양센터의 요즘 시세가 1시간당 1만 500~1,000원 정도 책정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저같은 경우 나라의 보조로 친정을 돌보니 불만보다는 고마운 마음이 더 많습니다. 적어도 친정부모님에게 드는 비용 일부는 버는 셈이니까요.

 

지난해 직장을 그만두고 실업급여 신청을 하니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기에 근처 정혜원에 이력서를 넣었더니 면접후 바로 일을 하러 나오라고 했습니다. 덜컥 겁부터 났는데 1일 3교대라고 하니까 딸들이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에 하루 3교대하면 폐인되니 나가지 말라고 하기에 정혜원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처음 요양사 공부를 할 때 엄마를 돌보기 위해 했지만 엄마가 급수가 나오지 않기에 응시를 했거든요.

또 한 번은 재가로 같은 웅동이지만 용원 골프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집으로 마을버스와 시내버스를 환승하더라도 왕복 4시간 정도 걸리기에 그 집에 가서 대상자와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누기는 했지만 돌아 오는 길에 결국 택시(7,000원)를 탔기에 일을 하지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승용차로 갈 경우 1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인데 시골이다보니 교통(마을버스)이 불편하여 가는데 2시간 정도 걸립니다. 시골은 교통이 가장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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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도착하는 복지용품은 아버지 명의로 신청을 한 겁니다. 5월초에 아버지도 4급을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허리협착증으로 다리와 발목이 불편하여 바깥걸음을 거의 하지 않아보니 욕창이 심했거든요. 약 한 달동안 외과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드시며 상처는 제가 매일 소독을 하여 약을 발라 드리니 지금은 많이 나았습니다.

복지용품으로는 욕창매트와 요실금팬티, 미끄럼방지 양말 등이었으며, 나중에 받은 용품은 목욕의자, 변기손잡이, 욕실 미끄럼방지 매트, 실내 미끄럼방지 매트 등이었습니다.

1인 1년간 이용가능한 금액이 150만원 한도내인데 3번을 이용했는데 15%를 결제했는데도 금액이 많았습니다.

저희는 낀 세대로 출가하지 않은 30대 자녀가 둘 있는데 큰아이는 직장생활을 하지만 작은아이는 취준생으로 생활비 일부를 보조하고 있으며, 시부모님은 돌아 가셨지만 친정동네에 살다보니 친정부모님의 생활을 꿰고 있다보니 시장을 보거나 생활용품, 가끔이긴 하지만 의류 구입 등으로 소소하게 지출이 많습니다.

제가 뇌경색 환자임에도 마지 못 해 움직이다보니 모두 잊었는지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하지 못 할 정도로 일이 힘에 부쳐 몸과 마음이 힘들며, 경제적인 압박까지 받는 실정이지만 자식과 부모의 일을 어찌 몰라라 하겠습니까.

 

방청소를 한 후 욕창매트에 공기를 주입하여 아버지 자리를 마련해 드리고 목욕을 마친 엄마의 뒷마무리를 한 후 세탁기를 돌려두고 텃밭으로 갔습니다. 정오가 가까웠습니다. 이러다보니 점심은 언제나 빵 한조각에 커피입니다.

 

 

평일 온전한 나의 세상 텃밭입니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려니 농업경영체에 가입을 하면 신청이 불가하다고 하여 농업경영체를 탈퇴하였다가 지난해 늦가을 다시 가입을 했습니다. 주업이 농업이 아닌데도 개인사업주로 분류를 한다고 하더군요. 겨우 텃밭인데요 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쨌던 텃밭은 가장 행복한 공간입니다.

 

텃밭에 가면 일이 또 넘치지만 꽃구경을 빠뜨리지 않는데, 붉은 인동꽃이 한껏 피었으며 독일붓꽃도 피었습니다. 이렇게 꽃과 놀다 덩굴채소 줄치기를 했습니다.

 

 

 

오이가 덩굴을 올리고 있으며, 단호박과 토마토도 줄치기를 해야 했습니다.

 

 

 

 

동창회때 친구가 날걸로 먹는 옥수수 종자라며 주었기에 뿌려 두었더니 싹이 쑥 올라와 있었으며, 이곳이 돼지감자밭이었다보니 돼지감자가 막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덩굴이 겨우 자란 식물은 케이블타이로 고정을 했으며 덩굴이 제법 오르거나 토마토, 가지, 고추 등은 줄을 쳐 쓰러지는 걸 예방했습니다. 땀이 비오듯 쏟아졌습니다.

 

 

 

 

 

아버지께서 버스종점에 앉아 계셨으며 마을노인쉼터로 갔더니 엄마가 계셨습니다. 엄마께 좀 나오셔요 하니, 마을 할머니 한 분이 와 그라노 하시기에 마늘종을 마지막으로 뽑았는데, 해딴에 (친정)빨래를 널어 말려야 하기에 마음이 바빠 잎이 많아 함께 골라야 겠다고 했습니다.

다 한 빨래 못 널까봐 동동거렸냐면서 마을 할머니들께서 가지고 온나 우리가 해 줄게 하시기에 마늘종 바구니를 들고 쉼터로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함께 정리를 했더니 금방이었습니다. 정리한 건 각자 반찬으로 하셔요 했지요. 우리는 하루 한끼를 먹으니 많이 필요치 않거든요.

 

 

텃밭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보통 오후 3~4시입니다.

이날은 일이 제대로 꼬여 오후에 또 복지용구가 배달되었습니다. 목욕의자와 오전에 엄마가 샘을 낸 미끄럼방지 양말, 변기 손잡이였습니다.

변기 손잡이는 시멘트없이 높낮이만 맞추어 바로 설치가 되더군요. 친절하여 고마웠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구경을 오셨으며 샘을 내시는 어르신도 계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널어 둔 빨래를 걷었습니다.

 

다른 날 보다 늦게 집에 왔습니다. 이때부터 집안일을 합니다.

사람이 그리워 시청않는 티비를 켜두고 샤워후 세탁기를 돌려두고, 집안을 청소하고 저녁식사 준비를 합니다. 하루 한 끼를 먹으니 저녁을 잘 먹어야 하기에 식사준비 시간이 깁니다.

요즘은 오후 8시가 되어야 어둑살이 내리기에 퇴근하여 텃밭에 간 얼라아부지가 와서 저녁식사를 마치면 9시가 넘습니다. 설겆이를 하고 채소라도 다듬고 나면 밤 10시가 훌쩍 넘으며 그때서야 컴퓨터에 접속하여 사진을 업로드하고 블로그를 엽니다.

다음날 발행할 글을 작성하여 예약해 두고 자정을 넘겨 잠자리에 들어 오전 5시 5분에 기상하여 어제와 비슷한 하루가 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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