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crape myrtle]
꽃이 오랫동안 피어 있어서 백일홍나무라고 하며, 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하여 간즈름나무라고도 한다. 높이 약 5m이다. 나무껍질은 연한 붉은 갈색이며 얇은 조각으로 떨어지면서 흰 무늬가 생긴다. 작은가지는 네모지고 털이 없다. 새가지는 4개의 능선이 있고 잎이 마주난다. 잎은 타원형이거나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며 길이 2.5∼7cm, 나비 2∼3cm이다. 겉면에 윤이 나고 뒷면에는 잎맥에 털이 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양성화로서 7∼9월에 붉은색으로 피고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로 달린다. 꽃차례는 길이 10∼20cm, 지름 3∼4cm이다. 꽃잎은 꽃받침과 더불어 6개로 갈라지고 주름이 많다. 수술은 30∼40개로서 가장자리의 6개가 길고 암술은 1개이다. 열매는 삭과(殼果)로서 타원형이며 10월에 익는다. 보통 6실이지만 7∼8실인 것도 있다.
배롱나무의 전설
옛날 어느 어촌에 목이 세 개 달린 이무기가 나타나 매년 처녀 한명씩을 제물로 받아갔습니다. 그해에 한 장사가 나타나서 제물로 선정된 처녀 대신 그녀의 옷으로 갈아 입고 제단에 앉아 있다가 이무기가 나타나자 칼로 이무기의 목 두 개를 베었습니다. 처녀는 기뻐하며 "저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사오니 죽을 때까지 당신을 모시겠습니다."하자, "아직은 이르오. 이무기의 남은 목 하나도 마저 베어야 하오. 내가 성공을 하면 흰 깃발을 달고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달 것이니 그리 아시오."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처녀는 백일 간 기도를 드렸습니다. 백일 후, 멀리 배가 오는 것을 보니 붉은 깃발이 걸려 오는 것을 보고 그만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장사는 이무기가 죽을 때 뿜은 피가 깃발에 묻은 줄을 몰랐던 것입니다. 그 후 처녀의 무덤에서는 붉은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백일 간 기도를 드린 정성의 꽃, 백일홍입니다.
(출처 : '배롱나무' - 네이버 지식iN)
배롱나무꽃이 필 때면 부산박물관에 가고 싶다.
내가 만난 배롱나무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 배롱나무꽃이 박물관 뜰에 있으며, 진주성에서 만난 배롱나무도 아름다웠다.
배롱나무
배롱나무를 알기 전까지는
많은 나무들 중에 배롱나무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뜨거울 때 가장 화사한 꽃을 피워놓고는
가녀린 자태로 소리없이 물러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남모르게 배롱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뒤론 길 떠나면 어디서든 배롱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루하고 먼길을 갈 때면 으레 거기 서 있었고
지치도록 걸어오고도 한 고개를 더 넘어야 할
때
고갯마루에 꽃그늘을 만들어놓고 기다리기도 하고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다른 길로 접어들면
건너편에서
말없이 진분홍 꽃숭어리를 떨구며
서 있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만 하던 일을 포기하고 싶어
혼자 외딴섬을 찾아가던
날은
보아주는 이도 없는 곳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혼자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꽃은 누구를 위해서 피우는 게 아니라고
말하듯
늘 다니던 길에 오래 전부터 피어 있어도
보이지 않다가 늦게사 배롱나무를 알게 된 뒤부터
배롱나무에게서
다시 배웁니다
사랑하면 보인다고
사랑하면 어디에 가 있어도
늘 거기 함께 있는 게 눈에
보인다고
목백일홍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서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 목백일홍은 어릴 때 화단에 심던 백일홍과 다르며
나무에 꽃을 피워 나무백일홍 또는 배롱나무라고 부른다.
도종환 시집 <부드러운 직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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